5월 1일부터 5일까지 뜻하지 않은 연휴를 맞게 되었다.
일정이 없이 그냥 쉬는 연휴는 아니지만, 잠시나마 일터를 떠나 딴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5월 3일 토요일에는 관현악단 연습이 일정으로 잡혀 있다.
관현악단 연습은 오후 5시이지만, 날씨가 좋아 사진을 찍어 보기로 맘을 먹었다.
카메라와 악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터덜터덜 걸어 학교에 도착하니 익숙한 숲길이 나를 반긴다.
나름 쭉 뻗은 길이 시원해 보인다.
주말의 한가로움이 가득 묻어나는 풍경에 조심스레 카메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낸 뒤 눈치를 보다 소심하게 한 컷 찍어 보았다. 역시 소심하게 찍어서 인지 구도와 노출 전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동안 주저주저 하던 내 마음의 장벽을 뚫고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촬영 한 첫 사진 이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남겨 본다.
이 사진 부터 오른쪽 어깨엔 카메라 가방 왼손엔 악기 가방과 악보를 쥐고 오른손엔 카메라를 쥐고 걸어가면서 한컷 한컷 담았다. 그런데 의외로 카메라 들고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묘한 동질감에 씨익 웃어주고는 내 갈길을 갔다. ^^
사진에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 숲에 진입하게 되면 사철 멋진 동굴을 만들어주는 숲길을 만나게 된다.
[GX-10, 31mm LTD, F8.0, 1/45sec]
이 길에 들어서면 사계절을 상징하는 감촉
, 향기
, 소리
, 기운을 모두 느낄 수 있다
.
5월의 푸르름이 가득 담긴 이 길을 꼭 사진으로 남겨 보고 싶었다. 꼭 5월만 그런건 아니다 ㅎ
등교 할 때마다 이곳에 오면 카메라를 가져올 껄 하는 후회를 꼭 하게 된다. 사실 오늘 카메라를 가지고 나온 이유는 이 곳의 경치를 사진에 멋지게 담아보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정도밖에 못하겠다. 좀 더 연습을 해 보아야겠다.
[GX-10, 31mm LTD, F8.0, 1/60sec]
길 오른쪽으로 언젠가 지어 둔 통나무집이 있다
. 무엇에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 숲에 잘 어울리는 통나무 집이다
.
숲길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 약
10년의 대학 생활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리 과 건물을 만날 수 있다
. 지금은 건물이 하나 더 생겨 이 건물에서는 수업만 한다
. 연구소 소장님의 수업도 이 건물
7층 어딘가에서 진행 된다
. 나도 언젠가는 저 건물에서 수업을 할 터이니 아직까지는 과거의 존재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GX-10, 31mm LTD, F22.0, 1/45sec]
이 건물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새로 지은 우리 과 건물이 보인다
. 시계탑 뒤쪽 건물의
4층에 내가 소속된 연구실이 있다
.
[GX-10, 31mm LTD, F13.0, 1/60sec]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시계탑을 바라보면
, 마치 공원의 시계탑 같이 보인다
.
[GX-10, 31mm LTD, F13.0, 1/125sec]
맞은 편에서
“조국통일대장군
”이 빙긋 웃고 있다
.
[GX-10, 31mm LTD, F13.0, 1/45sec]
이제 거의 목적지에 도착 했다
. 앞에 보이는 저 언덕만 넘어가면 관현악단 연습 장소인
학생회관이 나타난다
.
[GX-10, 31mm LTD, F13.0, 1/90sec]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내가 대학에 막 입학 했을 때 처음으로 수업을 받았던 건물이다
. 그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석양이 내린 이 길을 걸어 동아리로 향하던 기억이 새롭다
. 그때 그 길의 절반인 이 사진의 오른쪽은
10년 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왼쪽은 새롭게 바뀌어 있어 묘한 향수를 일으킨다
.
집을 떠나 홀로 학교 근처에 살았던 그때의 석양이 내리는 시간은 참으로 외로운 시간이었고 누구든
, 무슨 일이든 찾아서 외로움을 잊고자 했었다
. 사실
1학년 이후의 내
20대는 외롭기는커녕 지옥 같은 나날들이었지만
, 그땐 그랬다
. 그래서 더더욱 음악을 파고들었었는지도 모르겠다
. 시간만 나면 이 길을 열심히 걸어 앞에 보이는 언덕을 넘은 뒤 학생회관에 들어가 악기를 꺼내 들고 학생회관이 닫힐 때까지 연습을 했었다
. 학생회관의 문이 닫히면 같이 연습 하던 동기들과 또 다른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밤 늦게야 이 길을 지나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
사진은 오후
4시 쯤의 뙤약볕이라 그런 분위기가 조금도
(!) 느껴지지 않는다
. 다음에 석양이 질 때쯤 학교에 가서 다시 이 길을 찍어야겠다
.
연습 시간은 오후
5시이지만
, 조금 일찍 학교에 온 또 다른 이유가 있다
.
그녀가 나에게 진 빚을 청산 하겠다며 연습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
[GX-10, 31mm LTD, F5.6, 1/45sec]
그녀는 쿠키를 챙기고 있다
.
[GX-10, 31mm LTD, F3.5, 1/20sec]
그녀의 구박을 이겨내고 치즈케이크도 추가로 주문 했다
.
[GX-10, 31mm LTD, F3.5, 1/8sec]
커피 가게의 벽에 걸린 장식과 조명이 좋아 보여 한 번 찍어 보았다
.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액자에 있는 사진을 유심히 보니
, 또 한번 부끄럽다
관현악단 연습 중 잠깐 쉬는 시간. 그러나
, 모두들 탄력 받아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모른다
. 저런 열정이니 바쁜 와중에 이렇게 나와 연습을 하는 것일 게다
.
[GX-10, 31mm LTD, F8.0, 1/15sec]
하지만
, 난 내 맘대로
(!) 쉰다
.
[GX-10, 31mm LTD, F8.0, 1/8sec]
쉬고 있는 내 악기
.
[GX-10, 31mm LTD, F13.0, 1/125sec]
아직도 연습하고 있는 그녀들
. 사진 앞 쪽의 비어있는 자리가 내 자리이다
.
[GX-10, 31mm LTD, F8.0, 1/30sec]
내 자리에 앉아 악기를 들고 기념 촬영
지난
12년간 나와 입을 맞추어 온 녀석이다
. 은근히 조명발을 받아 젊어 보이지만
, 이제 퇴역 할 때가 다 되었다
. 그래도 소리만큼은 새 악기보다
(!) 좋다
.
관현악단의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면 바로 이 구도의 시야를 통해 지휘자와 마주하게 된다
. 지휘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 그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간다
.
이번 곡은
3학년 마친 뒤 휴학 중일 때 했던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 그때의 지휘자와 관악파트 장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 연세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국 대학생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 했던 바로 그 멤버들
. 그 당시의 즐거운 추억이 음표 하나하나에 남아 있다
.
[GX-10, 31mm LTD, F8.0, 1/30sec]
연습 중인 그녀들
.
[GX-10, 31mm LTD, F8.0, 1/10sec]
연습 중인 그분들
.
[GX-10, 31mm LTD, F5.6, 1/30sec]
그녀는 여전히 몰입해 있다
.
[GX-10, 31mm LTD, F5.6, 1/45sec]
지휘자께서 나타나셨다
. 연습 다시 시작이다
.
[GX-10, 31mm LTD, F5.6, 1/15sec]
연습 중간중간 악기 세워두고 쉬고 있다
.
[GX-10, 31mm LTD, F5.6, 1/45sec]
연습이 끝났다
. 또 석양이 진다
.
[GX-10, 31mm LTD, F5.6, 1/45sec]
이제 음주와 가무를 즐길 시간
.